매번 그럴 필요는 없으나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텐션은 필요하다.

연인이든 친구든, 회사 동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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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부터 생긴 버릇인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이유를 하나씩 적어본다.

 

이유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건 내 경험으로는 맞지 않다.

작게든 크게든 뭔가 감정이 거슬리는 것이 분명히 있어왔다.

 

하나부터 세세하게 감정을 거슬르던 에피소드를 적어두고 그 이유를 생각하고 해결을 고민해보는것

또는 복기 후 애써 이건 별거 아니야 하고 잊어보려고 하는것은

나름대로 내가 논리적인 느낌이 들어서 종종 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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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지 않아 뭔가 거리를 찾은 것인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발견한 것 때문에, 언짢아 진 것인지

정확히 앞뒤에 대한 유추는 가물하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오후 5시 경 정도 부서내 리더들 메신저에 날이 좀 서있었나보다.

 

10년을 넘게 일해온 후배에게 현재 기분을 털어놓아보니

이미 긴장하고 있단다.

 

[정혜순 / Sally, Hyesoon Jeong] - 16:51
아 오늘 좀 여러개가 거슬리네
[후배] - 16:53
네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후배] - 16:53
그런건 말 안해도

[후배] - 16:53
벌써 수근수근합니다

[후배] - 16:54
오늘 조심하라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나의 기분에 이렇게 긴장해준다는건 영 나쁜건 아니다

(마녀 컨셉, 이제는 좀 즐길 수준이 되었다고나 할까)

 

[정혜순 / Sally, Hyesoon Jeong] - 16:54
알아서 한다는 생각이 안들때
왜 나만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때
오늘 그런 날...

[정혜순 / Sally, Hyesoon Jeong] - 17:44
그래도 한번씩 텐션을 위해 이렇게 하는게 맞겟지?
[후배] - 17:45
ㅋㅋㅋㅋ 물론입니다
[후배] - 17:45
이게 저 말단일때는
[후배] - 17:45
몰랐거든요
[후배] - 17:45
선배 오늘 또 왜저러노
[후배] - 17:45
편지는 또 왜 적노 이랬는데
[후배] - 17:45
이게 진짜 거짓말 안하고 요즘들어서 드는 생각이
상무님이 한번씩 저렇게 해주는게
의도된것이었을수도 있겠구나
[후배] - 17:46
보면 보통 타이밍이 엄청 빡시다가 약간 느슨해질때쯤
[후배] - 17:46
먼가 새로운거 준비안한다고 혼내고
[후배] - 17:46
당근 막주다가 좋다고 받아먹고 있으면 또 채찍질을 했거든요
[후배] - 17:46
딱 그런거 같애
[정혜순 / Sally, Hyesoon Jeong] - 17:46
내가 언제?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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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는 전혀 의도가 아니었다고 결백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금쯤은 좀 텐션을 줄 시기가 되었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시작된 것이었나.

그리고 보니 지리하게 이어지던 과제의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거의 끝난 시점이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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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오늘도 이유를 적어보니 신경을 거슬리는 몇 가지의 근거는 분명히 있다.

 

분명히 중요하다고 시켜 놓은것에 대해 다시 Ping할때까지 준비하지 않은 것

백업되지 않은 데이타의 이유에 대해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 (내가 아니라 소비자가 불편하다고...)

노티스타를 끙끙거리고 있는 범군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있는 것

양산브랜치에 리뷰를 제대로 하지 않다 딱 걸린 것

요점없이 길게 쓴 메일의 요점을 파악하느라 3번을 넘게 읽게 만든 것

 

항상 두가지의 마음이 교차한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후자가 조금더 강했던 날 정도로 해두자.

오늘의 텐션은 일주일 정도는 가겠지?

 

이거 즐기면 안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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