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uter Science라는 있어보이는 과이름에 흡족해한것도 잠시,
살면서 컴터 한번 만져본 적이 없던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였건만
주위 친구 중 전산과는 나혼자라 거의 울다시피 고민하다
어쩔수 없이 등록한것이 학교 근처 컴퓨터 학원,
첫 수업 의 그 느낌이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키보드의 위치도 전혀 모르던 그때
나랑 전혀 맞지 않은 기계를 처음 접하는 두려움,
더듬거리며 겨우 찾은 전원을 켜고
키보드에 손을 달달 떨면서 올려놓았던 그 기분

처음 찾은 컴터 초초기초반의 수업은 다름아닌 '한메타자'였다.
(응사의 화면에도 나왔던 바로 그 화면)

한시간 학원으로는 도저히 수준향상이 되지 않는 듯해서
아빠에게 학교가면 다 있어야 한다고 땡깡을 부려
내 생에 최초 컴터를 구입하는데..
그 당시 최신 사양이었던 "삼보컴터 486"이었다.

기억하기로는 당시 가격으로 꽤나 비쌌던 것으로 (200만원이 훨씬 넘었던 걸로 기억)
대학입학과 함께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다.

이 최첨단 컴터를 사서 다락방에서 혼자 한메타자를 죽어라고 연습한 결과
입학전에 다른건 모르겠고
단문 장문 기록은 700가까이 세우며 뿌듯해 했다.

삼보컴터와 한메타자의 또 하나의 기억나는 에피소드

한메타자에는 장문 연습을 위해 한국 소설들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소나기였다.

삼보컴터와 한메타자의 또 하나의 기억,

고등학교때 분명히 보라색 밑줄 '복선', 이렇게 배웠던 소나기를
한메타자를 치면서 다시 읽어보게게 되는데,
타자를 재껴두고 소나기 소설 자체를 처음 읽는냥
스페이스를 연속으로 누르면 소나기를 끝까지 읽어간다.

마지막 결말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
컴터 타자 치다가 울고 있는 한심하게 나를 보던 동생 표정이 지금도 생각난다.
(역시 한국 국어 교육은 엉망이었던 거였다)

이렇게 팔자에 없던 컴터와 친해지기의 시작은
추억의 "한메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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