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된 동기들에게 한달은 끈끈한 전우애를 다지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20년 전의 그 시절의 신입 입문 교육은
새벽 별보면서 달리기를 시작으로 꼼꼼히 짜여진 일정과 저녁 조별 활동등으로
금새 친해질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휴학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나는
조원들 사이에서 사투리를 쓰는 귀여운 막내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면서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은 금새 사라지고
언니 오빠들과의 사회생활 첫 관계의 시작을 즐겁게 시작할수 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정이 꽤나 든 같은 조 동기들과
자주 보자는 진심어린 인사와 함께 서로의 건투를 빌어주며 각 소속사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드디어 배치의 시간이 다가왔다.
전자내 반도체, 네트웍, 무선 등이 있긴 했는데
입사 동기들, 과 졸업 동기들과 지금 생각하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눈치 작전을 펼쳤더랬다.
반도체는 전자과 출신만 우대받는다더라.
무선은 구미를 갈 가능성이 있어서 기피한다더라.
네트웍은 분당에서 근무한다더라.
일단은 수도권에서 일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네트웍을 지원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 IMF를 지나면서 네트웍은 상당히 사업이 안좋은 상태로 대부분 무선으로 1차 배치가 되었다.
(*) 그때 네트웍을 갔었다면 또 바로 다른 곳으로 팔려갔을 거란걸 그땐 몰랐지...
무선 신입 사원 배치는 구미 인사에서 이루어졌고,
기흥 또는 구미 둘중에 그래도 설마 구미겠어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구미를 향했다.
지금 시작하면 그때 구미에서 배치 면접이 내 인생의 한 포인트였다.
구미와 기흥 양쪽에 대해 어느정도 TO가 강제적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면접은 상당히 배치에 중요한 기준이었던 거다.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고향이 위쪽인 동기들은 필사적으로 당시 면접을 임했고
꼭 올라가야한다는 강한 피력을 했다.
난 그 당시에 구미라는 연고가 전혀 없는 곳에 나를 설마 배치하겠어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는지
그냥 인사 면접은 쌩글쌩글 웃으면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했었고
이 아이는 해맑음이 있어 구미에서 잘 살거라는 확신을 주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대부분 기흥을 희망했으나
좀더 절실함이 부족했던 나를 포함한 4명의 15차 동기들은 구미라는 배치를 최종을 받게 되었다.
면접에서의 해맑음이 원인이었다는 자책은
우중충한 1사업장의 재래식 기숙사와 구미 사업장 특성으로 공장의 그 분홍색 근무복을 입어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심해져 버렸다.
지금의 나에겐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정든 구미이지만,
당시 구미에 남아서 "마이구미"라는 젤리를 먹으며 "쭈꾸미(쭉 구미 사는)"라는 자조적인 한탄을 내뱉었던
우리 38기 동기들의 정서의 시작은 구미에 대한 시니컬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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