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배치가 확정된 후 구미에 남은 동기들 중 최종 SW개발로 확정된 사람은 우리 차수(15차) J군과 나였고
부서이름은 SW기술개발이라는 부서였다.
어디쯤의 골방에서 지루한 대기가 이어지는 며칠 후
드디어 최종 내가 일하게될 파트를 결정하기 위한 시간이 다가왔고
부서장님이셨던 박부장님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는데...
전공이라던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문의가 있을거란 기대와 달리 1분만에 결정된 면담
"토익 몇점 ? "
"저는 800점입니다" "저는 680점입니다"
추후 회사 생활에 큰 변화가 될 파트 배치는
실제 생활에서 아무 필요도 없는 토익 점수 하나로 결정이 된 순간이다.
나중에 여쭈어보니, 어차피 신입을 한명씩 나누어서 배치할 계획이라 다른건 아무 상관이 없고
GSM파트는 출장이 많아서 영어를 조금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단순하게 결정하셨다고...
이렇게 회사 생활의 첫 부서는 GSM파트로 결정이 났고,
알고보니 해당 파트에서도 여사원이 처음온 상황이라 시끌시끌했다고 한다. (나는 전혀 몰랐음)
당시 수출향 모델을 개발하던 GSM파트는 1년에 수개월씩 출장을 나가있는 터라
나중에 술자리를 통해서 듣기로는
출장 중이던 선배와 먼저 배치 받은 동기들이 파트에 첫 여사원이 왔다고
키는 크냐, 이쁘냐 등 질문들로 한동안 시끌했다고 한다. 물론 실망이 컸지만 :)
▶ 첫인상
대부분이 사무실에 있던 CDMA 파트와 달리 GSM 은 출장으로 대부분이 빈자리이고
당시 파트장이셨던 최과장님 외 몇명의 선배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나마 있는 선배들도
분명히 74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7시에 자리를 지키는 선배들은 거의 없었다.
뭔가 피곤에 지쳐있는 듯한 배터리 담당 석선배는 계속 출근 후 엎드려 있고
호기심 어린 핸즈프리담당 류선배 정도가 말을 걸어주는 정도 였다.
무뚝뚝해 보이는 나머지 남자 몇명은 선배들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먼저 배치받은 동기들인데
38기들 꽤나 많이 입사한 상태였다.
대구 정서 특유의 무뚝뚝함은
같이 배치받은 동기들을 계속 찾게 되는 외로움을 잠시 주었고
얼마뒤 회식에서의 반전 분위기를 갑절로 느끼게 해주었다.
▶ 구미 주임 4인방
석/이/허/김
다른 선배들도 있었지만 단연 눈에 띄는 선배 4인방이 있었다.
자칭 구미 F4라고 지칭하는 선배 4분은 구미 개발실을 끌어가는 개성이 넘치는 4인방의 주임은
GSM 파트에 배치받은 후배들에게는 구미의 든든함이자 자랑이었다.
부서장이었던 박부장님이 특히나 아끼던 멤버들이었다.
석주임
과묵하고 남자다운 성격의 이 선배는 당시 20대후반 이었지만 세상을 100년 정도 산것 같은 노숙함을 장착하고 있었다.
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어서 "바떼리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친해지는데 가장 오래 걸렸지만 가장 친해진 선배였이기도 했다.
허주임
머리가 잔디 인형처럼 위로 자라는 스타일이고 얼굴과 외모가 흡사 조폭의 느낌이 드는 선배 였다.
말투나 목소리는 의외로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라 반전 매력이 있었는데
가장큰 반전은 술을 먹고 나서였다.
술만 먹으면 "그놈"이 출현하여 후배들을 군기 잡고 싸움을 하느라 항상 주위에서 말리기가 힘든 선배 였다.
특히 동기였던 이주임 선배와 술만 먹으면 씨름을 하며 싸우는 모습을 매번 비디오를 틀어놓은 느낌이었다.
이주임
가장 독특한 개성을 보이는 이주임 선배는
큰 키에 스타일리쉬한 옷차림으로 항상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했는데
이 선배의 반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유머코드와 약간 괴기한 목소리다.
진지함과 4차원을 왔다갔다 하던 이주임 선배는 완전히 터놓고 친해지기 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것이 나았다.
항상 스타일을 중시하던 선배가 예비군마다 근사한 군복(바지에 무슨 소리도 나는)을 입고 가는것을 보고 멋지다 생각했는데, 알보고니 6방위 라는것을 서문시장에서 따로 군복을 샀다는것을 나중에 주위 선배들이 알려주었다.
김주임
나의 사수이기도 했던 이 선배님은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에 날씬한 키로 학교때 청바지 모델을 하기도 했단다.
당시 MMI 전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부사수라고 나를 받긴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공부라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당연히 지겨움에 졸고 있는 나를 보며
한심한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했다는건 나중에 술자리에서 들은 것이다.
▶ 컴퓨터
부서 배치후 2,3달간은 교육이 이어진다.
전공 과목 중심으로 첨기연에서 합숙을 하며
지금 생각하면 입사 이후 가장 여유롭게 주어진 교육이 아닌가 싶은데
동기들과 밤마다 술자리로 시간을 보내던 꿈같은 교육 기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동기들 컴퓨터가 나왔다고 동기가 알려주었다.
뭔가 정말 이제 회사 일을 하게 되었다는 기쁨에 부서 선배들께 안부차 메일을 보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선배님께 안부를 묻고 교육 잘 받고 돌아가서 부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다부진 각오와 함께
새 컴터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기대를 나타내는 메일을 보냈었다.
이 메일을 받고 선배들이 이걸 어쩌냐며 당황을 했다는데, 이유는...
부서장님 철학으로 새 컴터는 전통적으로 신입 사원이 딱히 할일이 없으니
선배들이 새 컴터를 받고 쓰던 컴터를 물려받는 관습이 있었던 것이다.
해맑은 신입 여사원이 피씨 받았다고 좋아하는 메일이 왔는데
이 전통을 누가 어떻게 얘기해주냐고 걱정을 했다는데...
그 전통은 신입이 점점 늘어나면서 2년 정도 있다 사라지긴 했으나
- 그 당시 그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 했었다 -
복귀후 김선임 선배의 오래된 피씨를 포맷하며 섭섭해하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
6월 정도 교육이 마무리 되고
7월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까지 끝난 다음에야
드디어 배치받았던 GSM 부서에서의 회사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SallySoft since 199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응의 시작 - 38기 동기 (0) | 2019.03.17 |
---|---|
구미리안의 시작 (0) | 2019.01.14 |
시즌 1 - Ep1 입사준비 (0) | 2018.10.28 |
시즌 1 - 등장인물 (0) | 2018.10.15 |
프롤로그 4- 합격 (0) | 2018.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