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새벽은 한국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이벤트가 둘이나 생겼다.
BTS의 웸블리 공연, 역사적인 챔스 결승전 SON 선발 확정
4시에 일어나는 무리한 계획 대신 어차피 보려고 했던 기생충을 예매하며 알찬 국뽕데이 준비 완료
다들 생각이 비슷한지 심야영화관은 빈자리 거의 없이 빡빡하게 채워졌다.
#시작 - 기생 시작 , 코미디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반지하방의 가족이지만 우울함 대신
치고 받는 대사에 적절한 시니컬 웃음 코드로 시작한다.
상위 계급으로의 다리가 되어 주는 친구의 소개로 기생이 시작되며
온 가족이 이선균네 가족으로 순차적으로 취업을 하며 기생의 생활이 시작된다.
여기까진, 아 가족형 블랙코미디구나 단순한 착각으로 시작
#중반 - 선을 넘으며, 스릴러
영화에 '선을 넘는다"는 단어는 이선균을 통해 두세번 등장한다.
두번다 모두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질문 때문인다.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런 질문이 선을 넘는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감정을 보면서
계급간의 선을 상위 계급의 이선균을 기준으로 먼저 보여준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선을 넘은 것은
캠핑으로 이서균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송강호의 가족들이 양주파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관객들은 이 불편한 상황이 곧 문제가 될 것을 짐작하며 조마조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거기에 대한 복선을 "바퀴벌레"로 표현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이 때다 싶어 한술 아니 두술 더 뜬 감독은
뜨악한 함안댁의 등장과 지하 벙커 숙주의 등장까지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전개를 선보이는데
관객들은 긴장감을 넘어 아찔함까지 느낄 수준이다.
전체적인 연기자들의 조화가 좋았지만
특히 함안댁의 그 등장과 벙커에서의 태세 전환은 신스틸러로 압권이다.
예상치 못한 그 계단 너머(깊이도 들어간다)는
우리 사회의 높낮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음을 카메라 앵글을 통해 서늘하게 전달해준다.
#후반 - 숙주와 기생충, 그 씁쓸한 마무리
중반을 넘어가며 웃음 코드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어느 순간 관객의 웃음을 사라질수 밖에 없었다.
이선균과 조여정의 대화에서 냄새로 표현되는 계급 차이에 대한 인지 소재는
반지하 냄새, 지하철 냄새... 로 관객이 뜨끔할수 있는 예를 전달하며 더이상 웃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은 날의 폭우는
선균의 가족에게는 다음날 화창한 날씨를 선사하는 지나가는 날씨였다면
반지하방의 송강호에게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처절함이 될수 있는 상황은 너무 리얼해서 보기가 불편했다.
더군다나 어린시절 폭우로 물이 잠겼을때
좋다고 동네를 첨벙이며 뛰어다닌 나와 동생을 보던 아버지의 마음이 갑자기 어땠을까 싶어
영화 마무리까지 편치않은 맘이었다.
마지막 '선을 넘은'것은 결국 숙주였다.
인지하지 못하고 반응한 그 냄새에 대한 자존심을 기생충이 결국 숙주를 죽이게 만들었고
숙주가 없는 기생충 역시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가 없다.
의외의 결말인가 했더니 이 역시 상상이었다는 낚시,
결국은 더 나은 계급으로 갈수있는 수단이길 바랬던 수석은 원래 물속으로 두며
심야영화관은 관객들의 숙연함 속에 불을 밝혔다.
#마무리
심야영화라 혹시 모를 졸림을 대비한 카페인은 전혀 필요없었을 만큼
2시간을 순삭시키는 몰입감을 주었다.
연출한 것으로 예상되는 송강호의 붉은 피부톤만으로도
이 영화에 대한 컨셉을 감독과 잘 Sync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수상 이후 큰절을 한 둘의 신뢰 관계가 이해가 가고 부럽기도 하다.
극히 한국적인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재와 배경을 (그래서 우리는 고맙지만)
글로벌한 대중성과 설득력을 갖추어 황금종려상이라는 영광스런 상까지 거머쥔
이 수작에 대한 별점은
영화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떠나
천재적인 봉감독의 디테일과 메세지를 극찬하며 만점을 기꺼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