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호들갑을 떨던가 싶더니, 나의 건망증은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사진까지 찍고 식탁에 덩그러니 놔둔 표를 안가지고 온걸 터미널에서 깨닫고 
KTX 특실표 값에 맞먹는 총알택시값을 치르고 겨우 
서울행 버스를 탈수 있었다.

이 나이에 스탠딩을 견딜수 있을까 했던 것은 기우였다.
앨범 전체를 좋아라하며 듣던 밴드의 라이브를 본다는 것은
기대이상의 흥분과 만족감을 주었다.

약간 어설퍼 보이지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덕원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매너와 향기의 기타연주 너무 좋았다.

중간중간 억지 멘트나 퍼포먼스 대신
1,2집 곡들 대부분과 꾸꾸꾸 앨범의 곡까지 
정말 알차고 성실하게 노래들로 꽉 채운 두어시간은
그동안 공연에 목말랐던 마음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았다.

앵콜무대에서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는 의외였지만
사려깊었으며
'보편적인 노래'는 기다린만큼의 가슴벅참을 안겨주었다.

귀차니즘을 벗어나 
이렇게 한번씩 멀리 나들이 가는 것도 해봄직한 일임을...
집에서 퍼져있다 월요일 출근 걱정을 하며 맞는 일요일 저녁보다는, 
오히려, 훨씬, 에너지를 충전한 느낌의 일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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